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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믹스커피 이야기

by 에이든(Aiden) 2021. 8. 24.

비가 온다. 가을장마라고 한다. 저번 주부터 주룩주룩 비가 오길 시작했다. 덕분에 기온은 더욱 선선해졌다. 출근하기 전 커피를 내릴 시간이 빠듯했다.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리려면 적어도 10분 이상은 필요했다. 시간이 없을 때는 믹스커피다. 믹스커피의 장점은 어디에서나 컵,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커피를 저을 스푼도 필요 없다. 믹스커피봉지로 휘휘 저어도 된다.(환경호르몬 괜찮아요 저는) 

커피는 맥심

나는 원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내가 믹스커피를 처음 접한것은 군대에서였다. 그때 내 직속상관인 준위분은 출근하면 매일 믹스 커피를 한잔씩 마셨는데 그의 커피는 늘 막내 담당이었다. 군대에서 맥심을 사 오라고 했는데 진짜 커피 맥심을 사 와서 선임들에게 갈굼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너무 식상한 이야기다. 내가 있던 부대에서는 군대에서만 주는 300ml의 우유에 믹스커피를 넣고 흔들어서 커피우유를 먹는 게 유행이었다. 그렇게 먹으면 커피우유보다는 뭔가 더 은은하고 고소한 맛이 났다. 찬 우유에 믹스커피가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아주 오래 흔들어줘야 한다. 제대하고 한번 시도해봤는데 잘 녹지도 않고 그 맛도 나질 않는다. 그냥 커피우유를 사 먹는 게 나았다. 매일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마셔도 믹스커피가 땡길 때가 있다. 원래는 맥심 모카골드를 마셨는데 달달한 맛이 좋아 화이트 골드를 마신다. 모카골드는 이나영커피 화이트골드는 김연아 커피라고 불렀던 게 기억이 난다. 잠시 트래킹을 주력으로 하는 여행사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고객들을 위해 새벽에 먼저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했다.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새벽에 텐트에서 나와 코펠에 끓인 물에 금방 타서 마신 믹스커피의 맛은 아직도 잊지를 못한다. 원래 빈속에 커피는 안 마시는데 그런 게 상관없이 그 새벽 아침에 몸과 마음을 녹여줬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에스프레소가 좋고 원두커피가 좋아도 믹스커피의 편의성을 이길수는 없다. 믹스커피는 대체 제이자 대체 불가능한 그런 것이다. 

 

비오는날 믹스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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